FOOD · 食品百科

단식의 효과 — 24시간 굶었을 때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

단식은 굶주림과는 다르다. 굶주림은 나의 의지와 무관한 상황이라면, 단식은 자발적인 것이다. 고대 그리스 히포크라테스부터 현대의 케토제닉까지 — 음식을 끊었을 때 인체에서 단계별로 일어나는 변화를 정리했다.

단식과 굶주림은 다르다

단식은 굶주림과 다르다. 굶주림은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다음에 언제 먹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단식은 자발적인 것이다.

치유로서의 단식은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존재했다. 히포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아플 때 음식을 먹는 것은 병을 키우는 일이다.

인간이 아닌 동물들도 아프면 음식을 먹지 않는다. (어릴 때 키우던 새끼 시츄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을 때, 밥은 안 먹고 차가운 화장실에 가서 누워 있던 생각이 갑자기 난다.)

단식과 뇌 — 인지 기능

고대 그리스인들은 단식으로 인지 기능이 향상된다고 생각했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을 시절인데도 그들의 발견에 대해 알게 될 때마다 놀라게 된다.

많은 양의 음식을 소화시키려면 몸은 이에 대처해야 하므로 혈액과 에너지가 소화계로 향하고, 뇌 기능에 사용하는 혈액은 줄어든다. 그러니 단식을 하면 뇌로 공급되는 혈액이 정상화 혹은 많아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자발적 단식은 신체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정신적인 것이기도 하다.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의 종교에서도 정화 의식의 하나로 단식을 따른다는 것이 대표적인 근거다. 식욕을 억제하고 몸을 비워내는 일이 정신 활동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진화론적 배경 — 인체는 단식에 적응되어 있다

인체는 포도당과 지방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삼는다. 에너지원이 사라지게 되면 우리의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기 시작한다.

주의: 당이 떨어지면 큰일 나는 질병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유의해야 하고, 의료진의 지도 하에 실행해야 한다. 건강상 문제가 없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 글이다.

건강상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인체는 포도당이 없어진 것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지방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우회할 것이고 이에 곧 적응하며, 이는 건강에 해가 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 발생 초기 250만 년 전 — 얌전히 "나 잡아잡슈" 하는 동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이 먹고 남긴 동물의 골수를 빨아먹거나 풀이나 뜯어먹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40억 년 전 생명체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생존머신이 그 오랜 시간 동안 진화해가면서 인류 정도의 형태를 갖추게 된 이후로 지난 250만 년은 — 40억 년의 0.0625%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 짧은 시간 동안 인체의 작동원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2026년 현재 우리 몸도 먹을 것 없는 사바나에 던져진다 해도 당장에 죽어버리지는 않을 터. 간헐적 단식쯤으로 몸이 축날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단식 시 인체의 5단계 변화

1단계 — 식후 (인슐린 ↑)

단식하기 전에 먹은 음식으로 인해 인슐린 농도가 높아져 있다. 근육·뇌 같은 조직에서 포도당을 흡수해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남은 포도당은 간에 글리코겐으로 저장된다. (이 저장을 돕는 역할을 인슐린이 한다.)

2단계 — 글리코겐 분해 (~24시간)

이렇게 쓰이기도 하고 저장되기도 하면서 포도당이 혈중에서 희박해지면 인슐린 농도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후에도 기초대사나 활동을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글리코겐이 분해되고, 포도당이 방출되어 에너지로 쓰인다.

저장된 글리코겐은 대략 2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분량. 이것이 단식 후 24시간 정도까지 일어나는 일이다.

3단계 — 포도당 신생합성

저장된 글리코겐이 고갈되면 간에서 아미노산·글리세롤을 사용해서 포도당을 만든다. (포도당 신생합성이라고 한다.) 혈당이 정상 범위 내로 유지된다.

4단계 — 지방 분해 + 케톤 생성

저장되어 있던 지방이 분해되기 시작한다. 지방은 글리세롤과 3개의 지방산 사슬로 분해되어, 글리세롤은 포도당 신생합성에 쓰이고 지방산은 에너지로 쓰인다. (뇌에서는 지방산을 에너지로 쓰지 않는다.)

그럼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뇌가 패닉에 빠질 것 같지만, 혈액과 뇌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케톤체'가 다행히도 지방산에서 생산되어 뇌에서 쓰인다. (케톤은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75%까지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이때 혈액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BHB(베타-하이드록시뷰티레이트) 수치와 입김을 불어넣어 확인할 수 있는 아세토아세테이트 수치가 올라가게 된다.

BHB 0.5~3 mmol/L 가 나오면 케토제닉 상태에 있다고 본다.

5단계 — 5일 이상 (대사율 증가)

단식을 5일 넘게까지 하게 되면 기초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는 지방산과 케톤으로 거의 다 충족이 되고, 아드레날린이 증가해서 대사율 감소를 막는다. (오히려 대사율이 증가해서 사냥에 적합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고!)

인체는 음식이 없어도 꽤 잘 적응한다. 세 끼를 다 안 먹어도 큰일이 안 나고, 아침을 걸러도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3주 차 — 본인의 BHB·혈당 기록

약 3주 동안 BHB 수치와 혈당을 지켜보면서 식단 조절과 16:8 단식을 하고 있는데 —

구분수치
BHB 최고4.2
BHB 평균2.0 유지
BHB 최저 (탄수화물 좀 먹은 날)0.4
몸무게약 2kg 감량

외관상이나 체감상 군살이 많이 사라진 걸 느낀다. 또 굉장히 눈에 띄는 것은 — 피부가 좋아졌고, 얼굴 빛이 환해졌다는 것이다.

지방을 많이 먹어서 그런 건지, 당을 안 먹어서 당화가 일어나지 않아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혈당으로 인해 체내에서는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 고기가 갈색이 되는 것처럼 뼈나 조직들이 갈색으로 변해간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익힌 고기를 날고기로 만들 수 없는 것과 같이 — 비가역적이다.

살이 빠지는 진짜 메커니즘

그리고 살을 빼는 것이 목적이라면 — 잠을 자야 된다.

공기청정기 필터 청소를 하고 싶다면 공기청정기를 끄고 필터를 청소할 것이 아닌가? 몸도 전원을 꺼야 청소가 시작된다.

살이 빠질 때 지방이 어떻게 우리 몸에서 떨어져 나갈까 — 알아보면, 탄소·산소·수소로 이루어진 지방은 들이마신 산소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물로 분해된다. 물은 소변이나 땀 등으로 나가고, 이산화탄소는 호흡을 통해 나간다. 지방이 숨결이 되어 날아가는 것이다. 잠잘 때 이런 작용은 더 활발히 이루어진다.

단식 후, 무엇을 먹을까

쓰다 보니 오늘은 24시간 단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식이 끝나면 고기 국물을 먹는 것이 좋으니, 설렁탕이나 곰탕, 순대국을 — 밥, 소면 빼고 — 먹자. (순대국은 고기만으로 주문할 것.)